인류가 교육제도를 만들고 학교를 통해 가르치려 한 주된 교육내용은, 인간의 삶에 유용하고 적합한 지식과 기술이었다. 인류가 대대로 쌓고 전해 온 문화유산의 정수들이다. 그 지식들은 세월 속에 축적과 갱신을 거듭하면서 총량을 늘려갔다. 인구 증가에 따른 자연증가도 있지만, 르네상스나 산업혁명 등 문명적 계기를 통해 가속적으로 늘기도 했다. 이것을 ‘지식2배 증가곡선’으로 살펴본 이가, 미국의 건축가이자 미래학자인 벅민스터 퓰러Buckminster Fuller다.
지식 두배 증가곡선
퓰러에 따르면, 대상 지식을 문자 기록으로 간주해 측정해 보니, 서기 원년부터 두 배로 늘어난 것이 1750년경이라고 한다. 지식 총량 2배 증가에 1,750년이 걸린 셈이다. 그리고 다시 두 배가 된 것은 150년 후인 1900년경이었다. 그 후 교통‧통신의 발달과 2차산업혁명 등으로 지식의 양이 급속히 늘어 50년 만에 다시 두 배가 되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육의 대중화와 학문의 발달로 그 주기가 20년, 10년, 8년으로 짧아지더니, 정보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3년, 13개월로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4차산업혁명이 운위되는 요즘에 와서는 12시간 만에 두 배가 된다고 한다! 가히, 기하급수적 증가를 넘는 ‘지식의 빅뱅’이 아닐 수 없다.

지식의 빅뱅―정보의 쓰나미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을 습득할 공부의 총량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 주기가 짧아진다는 것은 습득한 지식의 수명 역시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간보다 지식과 기술의 수명이 길던 시대, 사람은 한 가지 전공이나 기술만 가지고도 평생 우려먹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식과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그것이 어려워졌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가속화되었는데, 그만큼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지식‧정보가 폭발적으로 생겨난다는 것은, 그것의 수명과 유통기한도 그만큼 짧아진다는 의미다.
지식 반감기
여기서 생겨난 것이 ‘지식의 반감기’라는 개념이다. 이 용어를 처음 쓴 이는 미국의 프리츠 매클럽Fritz Machlup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식을 경제적 자원으로 연구한 최초의 경제학자로, ‘지식산업/정보사회’ 등의 용어도 처음(1962년) 언급한 학자였다. 반감기는 방사성 물질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 개념을 지식에 적용해, 지식의 절반이 낡은 것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식 반감기’로 부른 것이다.
이 개념은 새뮤얼 아브스만Samuel Arbesman의 2013년 저작 《사실의 반감기》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아브스만은 이 책에서 우리가 알아 온 사실들에 ‘유효기간 만료일이 있는 이유’를 밝히면서, 절대불변의 진리란 없으며 모든 사실 지식들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식을 변화 속도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한다. ‘고속변화지식’은 날씨나 주가처럼 끊임없이 변동되는 지식이다. ‘저속변화지식’은 사람 손가락 개수나 지구상 대륙의 숫자처럼 우리가 불변의 사실로 여겨온 지식들이다. 그러나 이조차 ‘절대 지식’으로 볼 수 없고 언젠가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두 가지 중간에 ‘중속변화지식’ 즉, ‘가변지식’이 있다. 몇 년, 또는 몇 십 년 단위로 바뀌는 것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과학 지식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아브스만은 그것을 ‘메조펙트mesofact’라 부른다.
아브스만은 그것을 예증해 보이기 위해 응용수학/역사/진화생물학/언어학 및 인지과학/천문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들을 조사한다. 분야별 지식의 탄생과 확산/전이/소멸 과정을 살펴보고, 잘못 전달되거나 측정 오류 등으로 한때 사실로 믿던 지식들이 소멸된 예들까지 찾아 보이며, 학문별 지식 반감기를 매긴다.
그에 따르면, 물리학의 경우 13.07년, 경제학은 9.38년, 수학은 9.17년, 심리학은 7.15년, 역사학은 7.13년, 종교학도 8.76년이라고 한다. 과학기술 발달로 그 기간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이며, 이런 때일수록 단순한 지식 습득보다 변화하는 지식에 어떻게 적응할까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우리나라 대학교수들, 특히 이공계 교수들은 대학의 주요 보직들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임기를 마친 뒤 연구실로 돌아가면 그사이 바뀐 이론들과 학계 흐름에 뒤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하워드 가드너Howard E. Gardner는 동료 생물학자의 술회를 전하면서, 학회지를 3개월만 읽지 않아도 학문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한다.
미래학의 선구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도 지식의 홍수 속에서 쉽게 낡아버리는 지식의 함정을 본다. 그는 특히 2006년판 《부의 미래》에서 ‘무용지식obsoledge’이란 용어까지 만들어 설명한다. 이것은 obsolete(쓰임을 다한, 낡은)와 knowledge(지식)를 합성한 신조어다. 쓸모없어진 무용지식, 또는 구닥다리 지식/쓰레기 지식을 말한다. 수명이 다해 쓸모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내버려 두면 위험하기까지 한, 진부한 지식이다.
쓰레기 지식
그는 말한다. “디지털 데이터베이스건, 두뇌 속이건, 지식이 저장된 곳은 어디나 무용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흡사 필요 없는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에밀리 아줌마네 다락방 같다.” 대학 시절 배운 많은 전문 지식들도 머잖아 무용지식이 되고 말 거라는 얘기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지식의 수명이 짧다 보니, 알려지기도 전에 구닥다리가 되는 예들도 많다고 한다. 무용지식을 위험하다고까지 하는 이유는, 언제 무용지물이 되었는지도 모를 낡은 지식을 값진 것으로 알고 중대 결정의 근거로 삼는 현실 때문이라는 것이다.
토플러는 2008년, 한국 국회 초청 특강에서,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며, 미래사회엔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대비하고, 미래사회엔 더 이상 쓸모도 없을 지식을 머릿속에 구겨 넣는 공부를 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무용해져 버린 공장식 교육제도를 지속하면서, 다른 대안의 출현을 막고 있는 것은 답답한 일”이라고 일갈하고, “대량화를 벗어나 다양한 교육제도를 도입해야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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