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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공부

핵심역량을 기르는 공부

역량에 대한 경제계와 학계의 고민은 교육계로 이어진다. OECD는 각국의 교육이 필요한 것들을 얼마나 잘 준비시키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1997DeSeCo프로젝트를 시작하고, 1998년에는 PISA를 기획, 국제적인 흐름을 선도한다. 21세기형 역량 교육이 공교육 안에서 왜 필요하며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공유~점검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핵심역량이 뭐길래

 

DeSeCo 프로젝트는 역량을 지식이나 기능에서 나아가 특정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심리 사회적 자원을 이용하거나 동원하여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삶의 전 영역에 걸쳐 모든 일을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DeSeCo 프로젝트는 그것을 자율적 행동 역량, 사회적 관계 역량, 지적 도구 활용 역량, 3개의 핵심역량과 9개의 요소로 제시한다.

 

민간 차원의 노력도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앞장을 선 것은 버니 트릴링Bernie Trilling과 찰스 파델Charles Fadel이었다. 그들의 문제의식은 ‘21세기에 학생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였다. “현대의 교육시스템은 농경시대 달력과 산업 시대 달력에 맞춰져 있고, 중세 시대에 고안된 교육과정을 따른다.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오늘의 학생을 어제의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그들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다.”는 존 듀이John Dewey의 말이 연상되는 문제의식이다.

 

이 같은 점을 화두로 삼아, 파델과 트릴링은 2002, 민관협의체 P21설립에 참여한다. P21은 미국의 경제계 인사와 교육계 리더,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을 주축으로, 미국 내 비영리 교육단체들과 첨단기술기업, 유명 영리 교육기업들도 함께 모인 민관협의체였다. P212007년 미국 전역에서 설문조사를 거쳐, C로 시작하는 4개의 역량이 21세기에 필요한 핵심역량이라고 들면서,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협동력, 소통력을 4C로 내세웠다.

 

▲ 비판적 사고력 Critical Thinking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는 눈이 없으면 바보가 된다. 정보의 바다에서 익사하고 만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교과서와 방송에 주어져 왔던 절대 권위가, 인쇄 매체와 영상물 범람 속에 쓰레기 정보와 가짜 뉴스를 가려 볼 눈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비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특히 심각하다. 건전하고 건설적인 비판조차 악의적 비방이나 비난으로 몰며 비판을 금기시해 온 권위주의 통치체제 아래서 굳어진 풍토다. 그러함에도, 아직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조차 비판적 사고라는 말을 쓰기 꺼린다. 이처럼 편견의 그늘이 짙을수록 중시해야 할 역량이다.

 

▲ 창의력 Creativity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국한되지만, 상상은 우리를 둘러싼 전체 세계,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알고 이해해야 할 그 모든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정보 홍수 시대, 그런 정보들을 창출하고 만드는 것도 역시 사람이다. 누가 만들까. 창의력 소유자다. 4C들이 대체로 AI가 인간을 넘어서기 어려운 역량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창의력이 가장 최후의 영역이 될 것이다. 그런데, 창의력이라고 하여,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이 아니다. 가장 낮은 단계의 모방(복제)에서 변화, 결합, 변형, 독창적 창조 순으로 창의성의 수준을 높여가며 길러줄 수 있다.

 

▲ 협동력 Collaboration

 

20세기 우등생은 어려운 문제도 혼자 푼 사람이다. 그러나 21세기에 필요한 것은 쉬운 문제도 같이 풀려고 하는 미덕이다. 개인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자율적 문제해결력이지만 그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복잡다단한 세상은 혼자 풀 문제보다 같이 풀어야 할 문제들이 더더욱 많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큰 문제일수록 같이 풀어야 하고, 당사자들 모두가 해결의 주체로 참여해야 사회가 더 크게 발전한다.

 

▲ 소통력 Communication

 

복잡다단한 사회, 얽히고설킨 문제일수록 실마리는 숨겨져 있다. 그것을 찾는 데는 눈이 많을수록 좋고, 빨리 찾는 길은 소통하는 데 있다.

 

소통은 난제를 같이 푸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묘방이자 만능키다. 운동경기 중 단체 종목들에서는 선수들 간의 시끌벅적할 만큼 소통이 활발한 팀일수록 협동과 연계 플레이가 잘 되는 법이다.

 

이상의 4C는 기본적인 핵심역량으로 각계의 견해들이 거의 공통된다. 그 외, P21은 이러한 4C다문화 이해력, 미디어 활용력, 진로 주도력을 추가해 7C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각국으로 영향을 미친다. 중국, 호주, 일본, 한국 등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은 지역 내 국가들에서 교육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계획을 세워주도록 P21에 요청하기도 한다.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 구미 각국에서는 이 개념이 교육과정에 적용된다.

 

그 흐름을 주도한 이는 파델과 트릴링이다. 파델은 교육과정 재설계센터(약칭 CCR), 그리고 트릴링은 ‘21세기 학습 조언자라는 민간 기구를 각각 만들고 선도역을 자임한다.

 

 

 

개별 학자나 단체들에서도 같은 취지의 제안들이 이어진다. 로베르타 골린코프Roberta M. Golinkoff2016, 4C콘텐츠, 자신감을 추가6C를 제안했다. 6C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콘텐츠인데, 이것은 학교 수업이나 일상 속에서 즐겁게 배우고 익힌 내용들을 말한다. 골린코프는 이것이 중심이 되면 다른 역량들은 방치되지만, 즐겨서 하는 딥러닝은 다른 역량들의 바탕이 된다고 덧붙인다.

 

전미사립학교협회NAIP2017, 분석적 창의적 사고, 마음의 습관 사고방식, 복합적 의사소통, 리더십과 팀워크, 진실성/윤리적 의사결정, 글로벌 시각, 디지털 양적 리터러시, 적응력/진취성/모험심 등 8대 역량을 발표하고, 켄 로빈슨은 2018, 4C호기심, 시민성, 평정심, 연민을 더해 8C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7~2010년에 걸쳐 개발한 대학생 핵심역량진단(K-CESA)에서 핵심역량이라는 개념을 처음 적용한다. 케이-세사K-CESA는 성공적인 직무수행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핵심역량을 측정하는 대학생용 웹 기반 역량진단 도구다. K-CESA에서 재는 역량은 종합적 사고력, 자기관리역량, 의사소통 역량, 대인관계역량, 글로벌 역량, 자원/정보/기술 활용력 등 6개 역량이다.

 

2015년에 이르러서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유초중고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핵심역량 개념이 본격 적용된다. NCS,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국가가 직종별로 표준화한 것이다. 직업교육이나 기능훈련 시, 이를 활용해 현장중심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NCS에 직종별 전문적인 직무수행능력과 별도인 직업기초능력으로 수리능력/자기개발능력/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능력, 조직이해능력/자원관리능력/기술능력/직업윤리, 정보능력 등의 역량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핵심역량 개념이 포함된 것이다.

 

‘2015개정교육과정, 우리 학교 교육에 핵심역량이 공식적으로 반영되는 기점이 된다.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 구현을 위해 교과교육을 비롯한 학교 교육 전 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역량으로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 처리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 6개 역량을 제시하였다. 2015개정교육과정이 담고 있는 역량들과 국제기준과의 관련성은 다음 도표와 같다.

 

이를 통해 추구하는 인간상, 핵심역량, 학교급별 목표 간의 연계를 강화하여 학교 교육의 방향을 더욱 명료하게 나타내고자 하였다. 교과교육 과정을 핵심 개념 중심으로 구조화하고, 협력학습, 토의토론학습 같은 학생 참여중심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를 확대하는 등, 수업과 평가 개선 방향을 제시하였다.

 

핵심역량 설정과 관련한 외국과 우리 사례를 비교해 보면, 한두 가지 특이점이 나타난다. 미국 등의 국제기준에서 예외 없이 중시하는 비판력 또는 비판적 사고력이 우리에게선 제외~경시되는 점이다. 대학생 대상 K-CESA에는 종합적 사고력이라 하여 비판을 뭉그러뜨린 사고력을 넣는데, 일반인 대상의 NCS에서는 아예 그마저 제외했다. 유초중고생 대상의 교육과정에는 창의력과 합쳐 창의적 사고력을 넣었고, 협동이나 협력 개념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유초중고생 대상 교육과정에는 공동체 역량심미적 감성역량을 넣고 있다.

 

2022년 하반기에 고시된 2022개정교육과정 또한 역량기반 교육과정이다. 2015개정교육과정과 같이 6개의 핵심역량을 설정하고 있는데, ‘의사소통역량협력적 소통역량으로 바꾸었다. 제외했던 협력역량을 소통역량에 끼워 넣은 것이다.

 

 

한편, 이런 역량 담론은 그 개념이 추상적이고, 평가 등 결과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OECD는 그 대안으로 2015, ‘Education 2030’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역량의 틀을 제시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역량이 지향하는 미래 교육의 비전을 성공에서 웰빙으로 전환하고, 학생 주도성을 강조한다. 

 

 

‘OECD Education 2030 Learning Compass’에서 나침반(Compass)이란, 21세기 ‘VUCA 시대적 상황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의 은유다.

 

역량 교육의 이런 전환은 의 가치를 더욱 접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역량 개념만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능력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을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고려, 역량은 삶의 힘으로 확대되면서 한층 폭넓은 모색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