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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공부

럼스펠드의 4가지 앎의 영역

미국 국방장관을 지낸 럼스펠드Donald Henry Rumsfeld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라크 전운이 감돌던 2002년 말, 한 브리핑 석상에서 이라크 정부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데, 명확한 증거는 있는가하는 기자 질문에, 마치 궤변처럼 들릴 만한 답변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게 된다. 그 답변인 즉,

 

주지하다시피 알려진 앎이라는 게 있죠. 그것은 우리가 안다는 것을 다 아는 것들입니다. 또한 우리는 압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이를테면, 우리가 모른다는 것이 알려진 어떤 것들 말이죠. 그러나,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 자체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들을 전쟁판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면서 무슨 말장난이냐는 힐난이 쏟아진다. 영어쉽게쓰기운동 단체에서는 그 발언에 최고 망언(Foot in Mouth)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반전이 일어난다. 각계의 호의적인 재평가가 나온 것이다. 특히, 인간이 탐구할 진리의 범주()의 영역에 대해 ‘MECE 기법으로 표현한, 탁월한 예시로 인용되기도 한다. 럼스펠드가 구분했던 것처럼, MECE 기법으로 앎의 영역을 나눠 보면 다음과 같다.

 

MECE로 나눈 앎

 

▲ 알려진 앎 Known Knowns

 

누군가 알아낸 후 널리 알려져 공인되고 활용되는 앎이 있다. 의미가 두루 공유되고 가치도 매겨져 통용되는 지식 정보다. 교과서나 백과사전에 실린 일반적인 지식 정보들이 이에 해당한다.

 

▲ 알려진 무지 Known Unknowns

 

무언가 존재만 전해질 뿐,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 불가사의 같은 것도 있다. 아직 그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해 내지 못해 아무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 알려진 미스터리 같은 것들이다.

 

 

 

 

▲ 알려지지 않은 앎 Unknown Knowns

 

누군가 알아냈지만 공개되거나 전파되지 않은 채 사장되거나 특정 인원만 아는 것들을 말한다. “며느리도 안 가르쳐 준다.”던 비결이나 비법, 비공개 노하우 같은 것들이다. 지적 소유권 개념이 없던 시절, 공개하지 않고 숨기다가 사라진 기술들도 많다. 럼스펠드의 당시 브리핑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앎이다.

 

▲ 알려지지 않은 무지 Unknown Unknowns

 

모른다는 사실조차 그 누구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깜깜한 무지~미지의 영역이다. 인간의 상상력과 탐구력조차 범접하지 못한 미답의 영역. 그 크기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인류는 닫혀 있는 이 미지의 세계를 열기 위해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 왔다.

 

앎의 영역을 넓힌 사람들

 

뉴턴Isaac Newton과 라이프니츠Leibniz는 인간의 지적 영역을 확장한 대표적인 예들로 꼽힌다. 동시대 쌍벽을 이루며 인류의 지성사에 새 장을 연 세기적 천재들이다. 비슷한 시기에 미적분을 각자 따로 알아낸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두 사람 모두 다양한 학문에 고루 능통하였다.

 

라이프니츠는 수학자/물리학자/판사/외교관/사서/공학자/철학자 등 다양한 면모를 보이면서, 수학/물리학/철학/공학/의학/정치학/지질학/심리학/도서관학 등 관심 분야마다 누구 못지않은 업적을 남겼다. ‘르네상스적 천재로 불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비견될 만한 융합형 박식가Polymath라 할 만하다.

 

그 라이프니츠가 극찬한 대상이 바로 자타 공인 라이벌 뉴턴이다. 라이프니츠는 뉴턴의 업적은 그 이전까지 인류가 이룬 것의 절반 이상이라고까지 했다. 뉴턴 역시 과학으로 시작해 수학/열역학/음향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자취를 남기고, 특히 만유인력의 법칙과 3대 운동법칙을 발견해 현대 과학의 아버지라 불릴 만한 자취를 남겼다.

 

뉴턴이 임종을 앞두었을 때, 찾아 준 제자들이 그의 공적을 칭송하자, 뉴턴은 역시나 그다운 명언을 남긴다.

 

나는 바닷가에 노니는 일개 꼬맹이였을 뿐일세내 업적이라는 것도 고작 바닷가 모래밭에서 주운 조개껍데기 몇 개에 지나지 않고.”

 

이는 단지 제자들에게 털어놓은 겸양의 말이 아니었다. 무한히 광대한 진리의 영역 앞에 겸허한 탐구자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인식체계를 뒤흔들고 세계관을 뒤바꾼 자신의 업적조차, 한없이 넓은 바닷가의 조개껍데기 몇 개에 불과하다는 말이야말로 그의 형형한 메타인지와 함께, 진리 탐구의 영역이 얼마나 광대한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여기서 앎의 영역도표를 다시 보자. 대한민국 학교들에서 가르치고 배울 거리로 삼아온 것들은 어디까지이던가. 고작 알려진 앎에 국한되어 왔다. 다른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나 궁금증은 괜한 관심으로 치부되고, 핀잔의 대상이 되고 만다. ‘알려지지 않은 무지에 대한 관심은 더구나 실없는 짓 취급을 받기 쉬웠다.

 

진정한 공부의 영역은 한계가 있을 수 없다. 특히 알려진 앎만 외워 쓰는 수용적인 학습으로는 21세기 VUCA시대를 살아갈 수가 없다. 공부의 영역과 대상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앎도 더욱 적극적으로 파고들어야 하고, ‘알려진 무지도 과감히 캐내야 한다. 실마리조차 없는 알려지지 않은 절대 무지의 영역에도 하나하나 호기심의 촉수를 펼쳐가야 한다.